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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럽의 Video 2000 테이프 규격과 Philips VR-2020 비디오 레코더

글쓴이 : SOONDORI

1970년대 이후, 글로벌 주도권을 놓고 충돌했던 일본 Sony 베타맥스(BetaMax)와 일본 JVC VHS(Video Home System)의 싸움이 인구에 회자된다. 그런 두 규격과 경쟁했던 것이… 절대 강자 그룬딕과 필립스가 공동 설계하고 1979년에 공개한 Video 2000(*) 테이프 규격.

* 줄임말 V2000. VCC(Video Compact Cassette)로 불리는 오디오/비디오 규격의 일부로서 필립스쪽 명칭. 그룬딕은 ‘2×4 테이프’로 명명.

(▲ 테이프 폭 12.7mmm, 주행 속도 2.4 cm/s, 재질 CrO2, 2열(양면) 녹화 + VTR 자동 되감기 기능으로 총 재생시간은 8시간. VHS/BetaMax의 두배쯤)

VR2020은 그런 Video 2000 테이프를 수용한 첫 번째 상용 모델.

Helical Drum 방식, 오디오, 비디오 분리 기록 가능. 페이프 양면(=2개 주행 열) 대응, 540mm × 152 × 365, 17.5Kg, 1979년.

강자들이 작심했으니 성공할 것 같았지만, V2000 테이프는 1988년에 단종되었다. 매체 단종은 곧 사업 철수.

배경은 베타맥스가 가정집 VHS에 밀린 사유와 크게 다르지 않음. “기술만 탁월하면 뭐 하나?” 시장에 먼저 출시하거나 최대한 빨리 보급하여 보편성이라는 아성을 구축해놓으면 제아무리 난다 긴다는 기술도 맥을 못 추게 된다.

(이상 출처 : https://www.ebay-kleinanzeigen.de/s-anzeige/philips-vr2020-51-video-2000-videorekorder/2142321514-175-9635)

솔루션 소개가 늦어지고 테이프 규격은 합의했으되 양사가 기록/재생 방식을 각기 다르게 처리했다고 하니… 그러면 공용 V2000 테이프가 갖추어야 할 보편성은 뭐가 되는지?

(▲ 직경 60mm 헤드드럼은 분당 1500회 회전. 이상 출처 : www.youtube.com/watch?v=9gJKk5Nx2U8)

참고로 필립스 제품은 Dynamic Track Following (DTF)로 명명된 기술을 탑재하여 BetaMax, VHS나 그룬딕 제품에 비해 월등한 정지 화질을 담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. 그렇든 말든… 동업자들이 너무 잘나서 혹은 서로의 과욕에 일을 망친 사례가 아닐까 싶음.

사족으로…

1. 색상이 잘 조합된 이런 구형 VTR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빈티지 감성이 충만한 DNA? 아닌가?

2. 여러 개 VHS 테이프와 그 시절에 특별했던 사양의 VTR을 갖고 있다면, 절대 버리면 안 된다. 커다란 레이저 디스크도 마찬가지. 흐릿한 화면으로 뭘 보는 것은 딴에는 대단한 재밋거리이고… 언젠가는 LP 세상에서처럼 매체와 기기의 가치가 오르는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함. 소장의 기쁨도 빈지티 세상의 맛이다. (표제부 사진 출처 : https://www.ebay.ie/itm/312692356053)


테이프가 고속 회전 드럼의 경사면을 주행하는 Helical Head Drum의 동작 예시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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